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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집값에 대출 ‘눈덩이’… 금리 오르자 이자에 허덕

입력 : 2021-11-16 06:00:00 수정 : 2021-11-16 08: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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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 37개국 조사

韓,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104%
1년새 6%P ↑… 세계평균 1.5%P와 큰차

기업 부채비율·증가폭도 최상위권
금리인상 땐 이자부담 ‘눈덩이’ 우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국가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보다 비율과 증가 속도가 현저히 높은 만큼 향후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홍콩(92.0%)과 영국(89.4%), 미국(79.2%), 일본(63.9%), 유로지역(61.5%), 중국(60.5%) 등이 뒤를 이었다. 37개국 중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도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에서도 6.0%포인트로 홍콩(5.9%포인트)이나 태국(4.8%포인트), 러시아(2.9%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2.5%포인트)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는 2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5%로 1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증가했다. 선진국(미국·유로 지역·일본·영국) 평균은 77.2%, 신흥국 평균은 46.0%로 같은 기간 각각 1.5%포인트, 1.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가 글로벌 평균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셈이다.

 

기업(비금융)의 부채 비율 및 증가폭도 최상위권이었다. 올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5.0%로 홍콩(247.0%)과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7.1%로 37개국 중 26위를 기록,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IIF는 “주택가격 상승이 동반되며 글로벌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달러(약 1768조원) 늘었다”며 “조사 대상국가 중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졌는데, 특히 한국과 러시아 등에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향후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8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증가한다.

 

결국 소비 위축을 초래해 ‘위드 코로나’를 거치면서 경제가 회복기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 하는데 (한은이 그러한 부담을 짊어지기 힘든 만큼) 완만한 속도로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의도대로 가계부채 증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IF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 세계 부채 규모는 약 295조달러(약 34경8806조원)로 집계됐다. 이 중 가계부채는 55조3000억달러(18.7%)로 전년 동기(49조4000억달러) 대비 5.9%포인트 올랐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증가폭이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점 입구에 개인대출 표시가 걸려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천정부지 집값에 대출 ‘눈덩이’… 금리 오르자 이자에 허덕

 

전 세계 부채 규모가 지난 2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치솟으며 가계부채가 급증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는 국제금융협회(IIF)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IIF가 조사한 세계 주요 37개국 중 증가율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모두 1위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데, 이 역시 부동산이 주요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출을 조이면서 집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제는 금리가 오르며 불어나는 이자가 가계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15일 IIF는 올해 2분기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집값을 연료로 한 가계부채 증가가 글로벌 부채 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전세계 부채는 급등세를 탔다. 올 2분기 들어 각국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면서 글로벌 정부 부문의 부채 증가폭은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 상승세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여러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빚투’ 열기는 유독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체 대상국의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가 늘었으며, 특히 한국과 스위스, 러시아의 증가세가 높았다는 IIF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가계부채 급등과 부동산 바람은 국내 통계로도 확인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79조7000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43조5000억원을 차지했다. 6월까지 대출 증가액은 64조3000억원으로 예년(2017∼2019년) 상반기 평균 31조3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1.52%, 수도권은 1.89% 오르며 2006년 12월 이후 14년9개월 만에 상승률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주택가격을 5등급으로 나눴을 때, 상위 20%에 속하는 수도권 5분위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원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7억9062만원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한은은 국회에 제출 자료에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상당폭 괴리됐고, 속도도 주요국과 비교해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국정감사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가 급증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택)가격이 오른 이유도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부동산 외에 증권·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도 많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대출받아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9월 중순 25조65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대출 바람에 힘입어, 주요 은행과 증권사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 증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값 상승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 “다른 나라는 전세제도도 없고 전세대출에 공적보증을 해주는 것도 없다. 그런 게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주식이나 코인의 경우에도 최근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투자)이 많이 유행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대출규제나 기준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이겠지만,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는 점에서 어떻게 연착륙할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실수요자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김 교수는 “최근 하고 있는 금융정책 방향은 괜찮다”면서도 “다만 실수요자 문제 등이 있으니, 좀 더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점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9월(1.16%)보다 0.13%포인트 오른 1.29%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1.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정책 기조가 ‘빚내서 버텨라’라는 기조라서, 재정지원보다는 금융지원 중심으로 갔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금리 인상을 안 하면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어서 금리 올리는 게 불가피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어려운 분들은 정책금융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대선주자는 ‘빚 늘리기’ 공약 경쟁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자들이 경쟁하듯 ‘빚’ 늘리는 공약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특히 ‘나랏빚’,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가계빚’이 늘어나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체 경제는 좋아진다고 해서 초과세수까지 발생하지만, 우리 서민 가계는 계속 빚이 늘고, 전 세계에서 빚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의 주요 정책은 가계빚 부담은 줄이되 국가가 떠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줄곧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한 이 후보는 지난 3일에도 “국가부채 비율은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내건 ‘기본대출’은 결과적으로 가계빚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본대출’은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10∼20년) 저리(약 2.8%)로 대출받게 하는 제도다.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서민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현재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3%를 훌쩍 넘긴 점을 고려하면 저신용자뿐만 아니라 고신용자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정책이다. 또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 등을 묻지 않고 대출을 남발할 경우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이 빚을 떠안게 되는데, 이는 은행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후보는 청년, 신혼부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여윳돈이 없는 청년, 신혼부부도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을 최대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무주택자에 적용하는 LTV를 서울 등 부동산투기지역 50%→60%, 조정대상지역 60%→70%로 높였는데 이보다 더 공격적인 안이다. LTV 80% 상향은 사실상 ‘빚내서 집 사라’고 유도했던 박근혜정부 경기부양책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자칫 더 올릴 수 있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는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부 당국의 갑작스럽고 무리한 규제는 부작용만 초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재정 기준과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통과되도록 대응하되, 재정 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번 주부터 국회에서 진행될 예산소위, 조세소위, 법안소위 등에 보다 면밀하고 철저히 대응하라”며 “세법을 포함한 법안 제·개정에 차질 없이 대응하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국가재정법안(재정준칙 도입) 제·개정도 꼭 마무리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김준영, 엄형준, 조희연, 최형창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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