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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6%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6%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사진=뉴스1
#. 올 초 연 3.3%의 금리로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을 받은 직장인 박모씨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고정형 상품이 변동형보다 금리가 0.5%포인트 가량 높아 주담대를 변동형으로 받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리가 연 5%로 오르면 박씨가 부담해야 할 총 대출이자는 2억3066만원에서 3억7302만원으로 1억4236만원 뛰게 된다. 매월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215만원으로 이중 이자가 약 40만원까지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6%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 투자에 나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4명 중 3명이 선택한 변동형 상품의 금리가 최근 3주여만에 약 0.3%포인트 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3.735∼5.060%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달 26일(연 3.440~4.981%)과 비교해 3주일여만에 금리 하단은 0.295%포인트, 상단은 0.079%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처럼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은행들이 해당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연 1.29%에서 이달 연 1.55%로 한달만에 0.26%포인트 급등해서다. 이같은 증가폭은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코픽스는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과 11월 두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던 0.5%의 기준금리를 1%로 0.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은행들도 최근 대부분의 예·적금 금리를 0.25∼0.3%포인트 올리면서 코픽스도 비슷한 폭으로 오른 것이다.

변동금리 비중 75% 웃돌아… "금리 인상 타격 그대로 받는다"

문제는 대출자 가운데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 변동형 상품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0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9.3%에 이른다. 신규가 아닌 잔액 기준으로 봐도 해당 비중은 75.5%에 이른다. 이는 곧 4명 중 3명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얘기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들은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틀고 있다.

미국은 내년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도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다.

이미 두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은 금통위도 내년 1월 14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출금리 5%대로 오르면 부동산 구매 포기"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가정해 단순 추산하면 올 9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1744조7000억원, 이중 변동형 비중은 75.5%이므로 이자가 3조2931억원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추세는 꺾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대중부유층(국내 소득 상위 10~30%)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대중부유층 중 54.5%는 '대출을 받아 부동산 구매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출금리에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대출 희망자 중 55.6%는 대출금리가 4%대일 경우, 78.4%는 금리가 5%대일 경우 부동산 구매를 포기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6%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출 금리가 오르다보니 실제로 영업점 창구에선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