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시대… 月 상환 부담 ‘완화’ 이자 폭탄은 ‘주의’ [마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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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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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초장기 주담대’ 속속 출시

“고금리 시대 안정적인 주거 마련”
농협銀 등 기존 40년서 10년 늘려
금융권도 너도나도 관련 상품 출시

대출 한도 늘리고 月 납부금 낮춰
만기만큼 늘어나는 원리금 고려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하고 있다. 얼어붙었던 주택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대출 수요가 늘자 은행권에서 대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시대에 대출금 한도를 늘리면서 월 납부금을 줄이고자 하는 고객은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원리금을 부담해야 하는 기간이 길고, 지불해야 하는 이자 규모도 더 크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기존 최장 40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를 50년까지 연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기한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대출금리는 최초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5년 경과 후 월중신규 코픽스(Cofix: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지수) 6개월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된다.

하나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담대 주요 상품의 최장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변경했다. 대상 상품은 하나 아파트론, 하나 혼합금리모기지론, 하나 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 혼합금리모기지론(변동금리대환전용) 등이다.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6개월 변동금리 5.548∼6.148%, 5년 고정(혼합) 4.214∼4.814% 수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 손님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줄여드리고, 청·장년층 세대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마련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담대 최장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14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KB월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등의 최장 만기를 50년까지 확대해 시행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기간 확대를 통해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주담대 만기 50년 상품은 정책모기지 위주로 공급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서 초장기(50년) 정책모기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출시했다. 올해 1월 출범한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채무자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가구인 경우 50년 만기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금융권에서도 주담대 만기 50년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생명이 금융권 최초로 만기 50년 주담대를 출시했다. Sh수협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Sh으뜸모기지론, 바다사랑대출 등 주담대 상품에 대한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렸다. 지방은행 중에선 DGB대구은행이 지난 6월 말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 이내에서 50년 이내로 변경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변경하자 신한, 우리은행 등도 만기를 5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만기 기간을 늘리면 은행에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손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주담대 만기를 50년까지 확대하는 것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차주의 대출 요건을 보다 쉽게 충족시켜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대출을 받는 차주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하의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이 6000만원인 직장인이 연 5% 금리에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거치기간(대출을 받은 후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불하는 기간) 없이 주담대를 이용한다고 할 때,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 만기가 40년이면 대출가능 금액이 4억1000만원이지만, 만기가 50년이면 4억4000만원으로 한도가 늘어난다. 원리금의 경우 4억원을 연 5% 금리에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주담대를 이용하면, 40년 만기의 경우 매달 약 193만원을 은행에 내야 한다. 반면 50년 만기의 경우 182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실제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후 이를 선택한 비중은 건수 기준 86%, 금액 기준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를 ‘모두 갚아야 할 빚’이 아닌 주택 마련을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하는 형태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월 납입금이 적은 50년 만기가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총 이자액은 늘어난다. 연 5% 금리로 4억원을 주담대로 이용할 경우, 40년 만기의 총 이자액은 약 5억2600만원이지만, 50년 만기는 6억9000만원가량으로 1억6400만원 불어난다. 원금에 더해 갚아야 하는 총 원리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50년 만기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은행권 전체로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초장기 주담대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택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의 주담대 규모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주담대는 6월 은행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가 전월 대비 7조원 늘어나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담대는 올해 3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6월까지 은행권 주담대 증가 규모는 1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2000억원) 대비 57% 늘었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이 511조4007억원으로, 전월(509조6762억원) 대비 1조7245억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 주담대는 지난 5월 올해 처음으로 증가했는데, 지난달 증가 폭은 5월(6935억원)보다 2배 이상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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