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44%로 치솟아
고용불안 속 전·월세대출 등 못 갚아
혼인·출산율에도 부정적 영향
고용불안 속 전·월세대출 등 못 갚아
혼인·출산율에도 부정적 영향
특히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이 불안한 연령 특성상 이들 세대가 전세나 월세 자금 대출을 받은 후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층의 과도한 빚이 결국 금융불안, 소비위축은 물론 저출산까지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소득 기반이 취약한 30대 이하 연체율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7일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만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3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고,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8년 이전에는 연령별 연체율이 제출되지 않았으나 최근 5년 새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만큼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34조2500억원이다. 이는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 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 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였다.
30대의 경우 2019년 3분기 말 0.17% 이후 가장 높다. 40대는 2019년 4분기 말 0.21% 이래 최고 기록이다. 50대와 60대는 각 2020년 2분기 말 0.20%, 같은 해 1분기 말 0.22%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20대 이하' 연령층을 세분해 '19세 이하'와 '20대'로 나눠보면, 19세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20.0%에 달했다.
2022년 1분기 말까지 줄곧 0%였던 19세 이하 연체율이 지난해 2분기 말 12.5%에서 불과 1년 새 7.5%포인트(p)나 뛴 것이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 금융상품의 영향이 크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경제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상품은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연체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들은 판매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이 상품의 비대면 대출 절차까지 갖춘 카카오뱅크가 전체 청년 전·월세 대출 상품의 약 60% 이상을 취급했다.
카카오뱅크의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27.0%까지 치솟았고, 나머지 은행들의 19세 이하 연체율도 4.2%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서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만 19세 청년들 가운데 대부분이 무소득자"라고 말했다. 일자리나 고정 수입이 없는 데다 금리까지 올라 이자를 갚지 못하는 취약 청년층이 늘고 연체율도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대부분 내부 규정상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대출하지 않기 때문에, 만 19세 이하 연령층의 은행 연체율은 사실상 만 19세의 연체율과 같다"고 말했다.
한은도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신용등급)의 연체율을 보면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대출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였지만, 2020∼2021년 가계대출의 경우 같은 연령층의 비중이 38.3%로 커졌다"며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다른 연령에 비해 취약,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은 사회 문제인 저출산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젊은 층의 빚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아예 혼인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